미국교사 이모저모/이모

미국에서 교사로 살아본 나의 경험: 한국과 이렇게 달랐다

우링쓰 2025. 2. 4.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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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미국 교사 생활을 준비 할때 귀에 닳도록 들은 말이 있다. (내 가족들 포함)
 

"야! 여기서 철밥통, 안정적인 교사 하는데 무슨 거기까지 가서 교사한다그래?! 미국은 교사들 처우가 별로야. 그리고 인식도 우리나라 교사들 처럼 좋지도 않아! 고생하지 말고 그냥 여기서 하던거 하면서 안정적으로 살어~~"

 

"뭐? 이(한국의 학교 생활)보다 더 안 좋을 수가 있다고?" (농담 반 진담 반)
 

그 당시에는 그저 떠도는 말들을 믿고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럴리가, 내가 찾아본 내용들과는 너무 다른데' 하는 생각으로 계속 준비를 해나갔고,
실제로 경험해보니 그 말이 얼마나 틀렸는지 알게 되었다. 물론 주마다 교육 환경이 다르고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내가 경험한 바로는 미국에서의 교사 생활훨씬 더 만족스러웠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점들이 달랐고 만족스러웠는지, 한국과 미국에서 교사로 살아본 경험을 차근차근 나누고자 한다.


교사도 인간이고 노동자 이기에 노동 환경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올바른 처우가 있어야 아이들을 안정적으로 대하고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노동환경의 관점에서 주로 써보고자 한다.

1. 사소한 불합리함에도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시스템

한국에서 교사로 일할 때는 종종 불합리한 상황에 직면해도 그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예를 들어, 학생이나 학부모와의 갈등, 학교 내의 불합리한 규정 등을 제기해도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이 오래 걸리거나, 내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학급내에 사건이 있을 때에도 담임교사 선에서 해결해야 할 수 밖에 없었다. 모든 관리자 (교감, 교장)가 그렇진 않지만, 내가 만난 관리자분들은 모두 내가 담임교사로서 겪는 고충에 대해 "아오중(out of 안중)"이었다. 불합리하다고 느꼈지만... 어쩔수없는 학교 생태 (?) 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어갔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그 반대였다. 교사들이 겪는 고충은 그 교사 개인의 것이 아니다. 교사가 겪는 고충이 있으면 그 교사는 바로 share 를 하고 그 반응은 놀랍다. 모두가 "이것은 우리모두가 생각해서 아이디어를 내야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선생님들과 관리자가 무엇인가를 해야한다" 라는 것이 학교 (뿐만아니라 이 사회의) 내 스태프들의 기본 관념이다.
 
또한 노조교육구가 교사의 목소리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사소한 문제라도 의견을 제시하면 교육구나 노조 측에서 이를 빠르게 확인하고 대응해주는 체계가 잘 마련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학교 교육 환경 개선이나 교사의 처우 문제 등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을 때, 그것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매우 적극적이었다.
예를 들어, 교사 파업 이야기를 해보겠다. 포틀랜드에 처음 와서 pps학군(portland public school 학군) 에서 일할 당시, 고용후 2개월만에 전체 학교 초중고 교사가 strike (교사파업)을 한적이 있다. 매일 아침 길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서있었다.
만일 한국에서 이렇게 교사파업이 일어났다면????? 기본적으로 바로 예상되는 상황은 

1. 학부모들의 불만이 터져 반대집회 예상
2. 사회인식: 교사 씩이나 되서 철밥통이면서 파업을 해? 애들 가르칠 자격이 없다!!
3. 지나가는 사람들: 욕하거나 무관심.

 
실제로 교사노조와 디스트릭이 협상에 이르기 전까지 2주간의 시간이 걸렸는데. 그 동안 사람들의 반응이다
1. 학부모들은 선생님들의 이런 목소리가 당연하다고 생각을 하고 가정보육을 기꺼이 하였고, 맞벌이를 하는 사람들이나 양육공백이 생기는 가정은 근처 프리스쿨이나 사설 체육관등에서 특별 캠프를 열어서 아이들이 그곳에서 있을 수 있었다.
2. 사회인식: 너무나 당연한 행동이다. 그 누구도 파업이라는 행동에 이의를 제기 하지않는다. 학부모들은 당연히 불편 할 수 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불편하다는 말은 하지만, 그 탓을 교사들에게 돌리지 않는다. 
3. 길거리에 있으면 지나가던 차들이 속도를 줄이고 창문을 열고  교사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거나 cheer up의 의미로 자동차 경적 (빰빰빰빰빠! 대한 민국!! 할때 앞부분, 빰빰빰빰빠!!!)을 울려준다. 파업은 축제의 분위기이다.
 
 


2. 물가 상승에 맞춰 연봉 상승

미국에서 가장 놀라웠던 점(그리고 마음이 놓이는점?)은 물가 상승률에 맞춰 연봉이 자동으로 상승하는 구조였다.

고물가 시대이지 않은가..

 
예를 들어, 물가가 오르면 교사들의 연봉도 그에 맞춰 조정된다. 물론 주마다 다를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미국은 물가 상승에 맞춰 연봉이 자동으로 조정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생활비에 대한 부담이 적었다.
 
반면 한국에서는 연봉 인상이 물가 상승에 맞춰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매년 올랐던 것으로는 기억하는데 물가상승을 반영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상급 학교나 교육청의 예산 상황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물가가 올라가도 교사들의 실제 생활 수준은 크게 변화가 없거나, 경제적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연봉 상승과 물가 상승이 잘 맞춰져 있어, 교사로서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좋았다.
 
그런데... 그래도 부수입을 위해서 사이드 잡은 합니다 하하하하 ㅠㅠ
자본주의가 날 요래 만들었다능...

절대 지금 월급에 만족하지않아!!! ㅋㅋ

 


3. 학부모와의 긍정적인 관계: 교사에 대한 존중과 소통

내가 한국에서 일할 때,
언제부턴가 교무실에서 나이가 어리거나 초임교사들이 학부모의 호통(?) 이나 불만에 쩔쩔매는 경우, 교사들이 일방적으로 학부모로부터 너무 많은 요구를 받아들이는 경우들을 보게되었다. 학교는 학교고 가정은 가정이고.. 각자의 역할이 있는데. 학교에서 교사가 해야할 일을 넘어서서까지 학부모가 요구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나는 운이 좋아서인지, 아니면 너무 오버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단호하게 쳐냈던 것인지 큰 문제는 없었다. 점점 이런 교사-학부모 사이의 갈등들을 주변에 많이 보면서, 이러다가 정말 일이 한번 터지겠구나 싶었었다. 그리고 2023년 내가 미국으로 왔을 때, 멀리 고국으로부터 한 초등교사가 학교에서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곳에서 교사들은 존중을 받는다. 아니, 그런말 자체가 성립이 안된다. 모든 사람들은 존중받는건데 "교사는 존중받는다"는 말 자체가 아이러니다.
학교라는 곳은 유니버설한 특징을 갖고 있는 곳이라서, 미국 학교라고 해서 다르진않다. 어딜 가나 불만이라는 것은 존재하고 갈등이라는 것도 존재한다. 당연히 이곳 학부모들도 그렇다.
하지만, 소통 방식이 다르다. 
한 학부모가 학교에서 일어나는 어떤 일에 대해서 불만이 있다면, 처음에는 담임교사나 교감, 교장과 상의를 한다. 담임교사나 교감, 교장은 그냥 단순히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step-by-step action plan을 함께 짜기도 한다. 그 문제나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서. 그래도 뭔가 문제가 해결이 안된다고 생각하면 오픈 대화를 요청한다. 당사자들 모두 한자리에 모여 미팅을 하는 것. 그것을 문제해결에 있어 최우선으로 하는 것 같다. 물론 감정적으로 대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자신이 원하는 바, 생각하는 바를 정확히 미팅에서 말하고 가장 최선의 결론을 위해 다 함께 노력한다.

By the way, 이곳에서의 교장, 교감들은 정말 일을 많이 한다. 몸으로 일을 많이 한다. 교장 교감들이 학생들의 대부분을 안다. 안다는 것이 얼굴만 안다는 것이 아니라 그 학생에게 특별한 문제 (ELL이거나 IEP, 심지어 family issue도) 들을 다 알고 있고, 가끔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수업중에 이런 아이들을 불러서 교감, 교장이 직접 check-in 하거나 상담하기도 한다. 정말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학교의 교장, 교감 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미국의 시스템 껍데기만 베끼지 (예: 입학사정관제, 통합교육) 말고 모두의 인식이 바뀌도록 노력하거나 아니면 우리 교육시스템에 있어 고유의 것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4. 학생들의 예의와 교사에 대한 존경

미국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 중 하나는 학생들이 교사를 대할 때 매우 예의 바르다는 점이다. 물론 모든 학생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미국 교육 시스템에서는 학생들이 교사에게 존경과 예의를 갖추는 문화가 강하게 뿌리내려져 있다. 학생들이 교사에게 질문할 때도 예의 바르게 하고, 수업 중에는 서로 간에 질서를 지키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교사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는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에서 교사로서 큰 보람을 느꼈다. 한국에서도 많은 학생들이 존경심을 갖고 있지만, 일부 학생들에겐 교사에 대한 예의나 태도가 다소 부족할 때가 있었다.  미국에서는 교사에 대한 존경이 학생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점이 정말 좋았다.
 

By the way, 이곳 학생들의 질문은 엄청나다. 질문도 하지만, 어떤 교수 내용에 대해 자신의 코멘트를 덧붙이는 것이 일상이다. 손을 들고 기다린다, 내 말이 끝날 때까지. 그리고 내가 손들고 있는 학생들을 지정하면 그때부터 클래스룸 대화 시작이다. 코멘트에 또 코멘트. 그런데 그런게 다 수업내용에 관한 것들이다.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는 문화, 그리고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내고 그것을 옳다 그르다 평가 받지 않는 사회, 그런 사회에서 어릴때부터 살아온 사람들이 미국인들인거 같다. 

 

결국, 미국에서 교사로 일한 경험은 내 예상처럼 매우 만족스러웠다. "교사에 대한 처우나 인식이 좋지 않다"는 말은 단지 떠도는 말일 뿐, 실제로 경험해보면 교사로서 더 많은 존중과 지원을 받는 환경이 있었다. 교사의 권리 보호, 학부모와의 원활한 소통, 학생들의 예의 바른 태도 등에서 미국의 교육 시스템은 한국과 다른 방식으로 교사들에게 많은 장점을 제공하고 있었다.
물론 주마다 교육 환경이 다를 수 있고, 국가 간에도 차이가 존재하겠지만, 내가 경험한 바로는 미국에서의 교사 생활이 훨씬 더 만족스러웠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을 통해 미국에서 교사로 일하는 것에 대해 두려운 분들께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떠도는 말보다는 직접 경험해 보고, 자신만의 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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